백연(白鳶) - 3화. 야습(夜襲)

나흘째 밤.

병조 숙소에 불이 꺼진 것은 해시(亥時) 초였다.

무관들이 각자 방으로 들었다. 단경도 들었다. 이불을 덮지 않았다.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눈이 창밖을 보고 있었지만 보는 것이 아니었다.

생각하고 있었다.

 

구이한.

이현.

갑술년 공문.

아버지의 글귀.

 

귀병은 스스로 생겨나지 않는다. 만든 자가 있다. 부리는 자가 있다. 그 자는 북방에 없다.

한양에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그것을 알았다. 그리고 죽었다.

 

지금 구이한이 같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죽지 않았다. 어째서인가.

 

윤계필(尹啓弼).

 

이름이 떠올랐다. 병조판서. 구이한의 부친. 그리고 아버지를 역모로 몬 상소를 올린 장본인.

윤계필이 막는 것인가. 구이한이 출병을 청할 때마다. 그렇다면 구이한은 알고 있는가. 본인의 부친이 막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알았다면 이미 달라졌을 것이다.

 

바깥이 이상했다.

소리가 없었다.

병조 숙소 앞마당에는 야간 순찰 무관이 두 명 있었다.

발소리가 들려야 했다. 교대할 때 나지막이 나누는 말소리도.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단경이 몸을 일으켰다.

검을 쥐었다.

문가로 갔다. 귀를 기울였다.

바람 소리.

눈 위에 무언가 끌리는 소리.

그리고...

 

짐승 울음소리 같은 것.

 

문을 열었다.

마당에 눈이 쌓여 있었다. 달이 없었다. 구름이 두껍게 깔려 어두웠다. 순찰 무관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당 한복판에 그것이 있었다.

 

사람이었다.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순찰 무관의 복장이었다. 그런데 서 있는 방식이 이상했다.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사람의 목이 그렇게까지 기울 수 없는 각도였다. 팔이 자연스럽게 늘어지지 않았다. 어깨가 올라가 있었다.

단경이 검을 뽑고 마당으로 나왔다.

 

"누구요."

 

대답이 없었다.

그것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붉었다.

어둠 속에서도 보였다. 핏빛이 아니었다. 속에서 타오르는 것 같은 붉음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귀병.

 

공문 속 글자가 눈앞에 있었다.

 

그것이 걸어왔다.

 

느렸다. 그런데 멈추지 않았다. 두려움이 없는 것처럼. 고통을 모르는 것처럼.

단경이 검을 찔렀다. 어깨에 맞았다. 멈추지 않았다.

옆구리를 쳤다. 멈추지 않았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둘이다.

 

돌아볼 수 없었다. 앞의 것에서 눈을 떼면 안 됐다.

물러섰다. 흘렸다. 앞의 것을 옆으로 밀면서 몸을 틀었다.

뒤에서 팔이 왔다.

피했다. 그러나 스쳤다. 손등이 그어졌다. 피가 났다.

 

불에만 멈춘다.

 

공문 속 구절이었다. 화로가 마당 가장자리에 있었다. 너무 멀었다.

앞의 것이 다시 왔다. 뒤의 것도 왔다.

 

그 순간.

 

앞의 것이 소리도 없이 쓰러졌다.

검이 지나간 자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검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속도였다.

구이한이 서 있었다.

관복이 아니었다. 검은 무복(武服)이었다. 소매가 좁게 묶여 있었다. 머리가 묶여 있지 않았다. 긴 머리가 풀려 있었다.

검을 쥔 손이 고요했다. 방금 무언가를 벤 손이 저것일 리가 없다는 고요였다.

 

뒤의 것을 보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서있을 뿐이다.

뒤의 것이 방향을 바꿨다.

단경에게서 구이한으로.

구이한이 기다렸다.

그것이 불빛 경계 안으로 들어왔다. 구이한 앞 두 걸음 앞에서 멈추었다.

구이한이 낮게 말했다.

그것에게 하는 말이었다.

 

"갔소."

 

그것이 무너졌다.

소리도 없이. 저절로. 꺼지듯이.

구이한이 검을 들었다.

그 뒤에 일어난 것을 단경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구이한의 몸이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왔다.

그 사이 담 쪽에서 나타난 것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소리가 없었다. 저항이 없었다. 바람이라 하기에도 부족했다.

끝났다.

무관들이 소리에 깨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당이 술렁였다.

 

이현이 나왔다.

뛰어나온 것이 아니었다. 걸어 나왔다. 손에 횃불을 들고 있었다. 이미 켜진 횃불이었다.

미리 준비한 것이다.

이현이 마당을 둘러보았다. 쓰러진 것들을 보았다. 구이한과 임단경을 보았다.

횃불을 들고 담 쪽으로 걸었다. 담 아래를 비췄다.

 

"셋이오."

 

구이한이 이현을 보았다.

 

"담 너머에서 넘어온 흔적이 있소. 그런데 들어오다 돌아간 것이 하나 더 있소."

 

눈 위에 발자국이 있었다. 담 안쪽에 두 걸음만 찍혔다가 돌아간 것이었다.

그 옆에 다른 발자국이 있었다.

반듯하게 서서 찍힌 발자국이었다. 귀병의 것과 달랐다.

구이한이 그 발자국을 오래 보았다.

단경이 말했다.

 

"귀병이 명을 받고 돌아간 것이옵니다. 명을 내린 자가 이 자국을 남긴 것이옵니다."

 

구이한이 단경을 보았다.

 

"병조 안에 있다는 것이옵니다."

 

침묵이었다.

이현이 발자국 옆에 쪼그리고 앉아 뭔가를 들여다보았다. 일어서면서 말했다.

 

"이 발자국의 신발이 특이하오. 코 부분이 좁소. 무관용이 아니오."

"상인이오?"

"아니오. 내관(內官)이거나. 아니면 의원이거나."

 

구이한이 발자국을 보았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현이 횃불을 들고 더 살폈다.

구이한이 단경에게로 왔다.

 

"다쳤는가?"

 

낮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임단경이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등이 그어져 있었다. 피가 굳어가고 있었다.

 

"다치지 않았습니다."

구이한의 시선이 그 손에 머물렀다.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 소매를 잡고 찢었다.

단경이 멈추었다.

구이한이 단경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손이었다. 그런데 힘이 있었다. 무관의 손이었다. 찢은 천으로 손등을 감쌌다. 꼼꼼하고 급하지 않게.

마치 이런 것을 많이 해본 사람처럼.

 

단경이 그 손을 보았다.

이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인가.

구이한이 천 끝을 묶었다.

손을 놓았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설명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한 것처럼.

돌아섰다.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단경이 감긴 손을 보았다.

구이한이 자기 소매를 찢어 감아주었다. 관복 소매를. 말 한 마디 없이.

왜.

이현이 옆에 왔다.

조용히 말했다.

 

"오늘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구 참판의 말을 기다리시오."

"당신은 알고 있었소? 오늘 밤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이현이 잠깐 멈추었다가 말했다.

 

"낌새가 있었소."

"어떻게."

"그것도 나중에 말해주겠소."

이현이 횃불을 들고 걸어갔다.

단경이 혼자 서 있었다.

손등의 천을 보았다.

 

이 안에 적이 있다.

귀병을 부리는 자가 병조 안에 있다.

 

아버지가 알고 있던 것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고르게. 공평하게.

 

소설 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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